LH '철근 부실 단지', 조사 부실에 은폐까지...기본 상실

기업매거진 승인 2023.08.11 17:03 의견 0
11일 오전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서울 강남구 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기업매거진-김영훈 기자]

11일 긴급 기자회견을 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이한준 사장이 "조직이 망가지고 위계도 없고, 체계도 없고, 기본적인 것조차 상실"했다고 밝혔다.

이날 이 사장은 지하주차장 철근 누락이 있었는데도 발표에서 빠진 LH 5개 아파트 단지를 공개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부실시공을 확인하기 위한 전수 조사마저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것이다.

이곳은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발표한 '철근 누락 단지' 15개 목록에 없다. 지난 9일 뒤늦게 추가한 '안전점검 대상' 10개 명단에서도 빠졌다.

이 사장은 "아주 경미한 사안일지라도 LH가 발표하지 않고 나중에 (철근 누락 사실이) 알려질 경우 축소·은폐했다는 말이 나올 것"이라며 "그래서 아주 경미한 것까지 소상히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LH가 두 번의 전수조사 결과 발표에서 빼먹은 문제의 단지를 설계한 업체는 LH 주요 보직자 A씨가 세운 전관으로 파악됐다. 이미 전직 직원들이 있는 업체에 각종 설계공모를 몰아준 의혹이나 '국토교통부 장관상'을 준 것도 드러난 상황이다.

LH의 권한이 조직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크기 때문에 작고 강한 조직으로 변모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전관예우 근절을 위해선 감리업체 선정 권한을 넘기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본사 조직을 대폭 줄이고, 지역본부의 내근 조직도 줄여 현장 실행 능력을 강화하겠다"며 "조직 진단을 통해 컴팩트한 조직으로 쇄신하겠다"고 이한준 사장이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방안은 2021년 6월 직원 땅 투기 사태 이후에도 나왔던 것과 다르지 않다. 당시에도 LH는 비대해진 조직을 효율화하기 위해 기능과 인력을 과감하게 줄겠다면서 1만명 수준인 인력을 20% 이상 감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한, 강력한 통제 장치 구축을 통한 전관예우 근절도 약속했으나 크게 변화된 것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주거급여 업무도 지방자치단체에 이관하기로 했었으나 그것도 이뤄지지 않았다.

국토부는 LH 조직 진단을 위한 연구용역 발주를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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